몰이해
2022. 3. 11. 15:40
2022. 3. 11. 15:40
들려오는 말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내가 슬리데린에 갔다면,
너의 생각을 이해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눈앞의 이는 즐거운 주제를 던지는 이다. 대화가 서로를 향한 이해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나누던 의견이 싫었던 적은 없다. 스스로가 옳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럼에도 혼자 외치기만 하는 것은 때론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힌 장소에서 의미없는 발악처럼 느끼기도 해서, 저는 제 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꽤 즐거워졌다. 그리고 눈앞의 이는 그런 저를 자주 즐겁게 한 이였다.
그리고 말했듯,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했다.
"머글태생을 옹호하면서 템페스트와 싸우는 모순은 나만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가 다수파?"
들렸던 말은 우습고도 실망스러울 수 밖에. 순수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이 숭고한 이념을 템페스트의 척결의 수단으로 쓰는 이들이야 자주 보았지만 이처럼 모순적인 사상으로 이노센트의 자리에 선 이는 처음이다. 그리고 그를 깨닫고 나면 지난 날과 상대는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와 저는 나란한 평행선에 불과하다고.
복수를 위해 지팡이를 들고 그들을 겨누게 된 순간에도 그는 폭도들과 폭도가 아닌 머글태생들을 구분해낸다. 제 시선에는 똑같이, 자리를 탐내는 위선적인 짐승들에 불과한데. 그 차이를 구분해내어 정확하게 겨눠진 복수를 담아낸 지팡이가 한없이 우아해보이다가도 불필요한 구분을 해내는 그의 성정이 못마땅해 혀차는 소리가 무례하게도 튀어나왔다.
"제가 본 이들 중에서 당신이 가장 이노센트를 우습게 활용하네요. 순수의 이념을 부르짖지도 않으면서 템페스트에 대한 복수로써, 제거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뜻을 함께한 이들은 봐왔지만 머글태생을 옹호하기 위해 이곳에 선 당신이 가장 이질적이예요. 그러니 저에게 템페스트와 머글태생이 다르지 않냐 말했던 거군요."
그를 생각하면 눈앞의 이는 여전히 변하지 못한 사람이다. 한결같은 사람이며, 한결같아 오히려 실망스러운 사람이기도 했다. 변하지 못하는 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 호기심 많은 독수리답게 많은 것을 궁금해하는 모습이 저와는 달랐고 하나하나 물어오는 질문은 불쾌한듯 하면서도 저를 즐겁게 했으니 성실히 답했다. 이러한 존중과 호의는 그가 가진 캐번디시의 이름으로 이뤄졌으나, 정작 그 스스로는 캐번디시에 걸맞는 이는 아니었다. 툭, 튀어나온 것만 같은 돌. 계곡을 이루는 거대한 압벽 사이에서 툭 튀어나온 흙덩이. 휩쓸려야 가야함이 마땅한 자리에서 그 존재를 이질적이게 드러내는 기묘한 존재.
순혈이면서도 긍지가 없는 사람.
그러하니 당연히 템페스트의 측에서 볼 거라 생각했던 이였고, 그리하여 이노센트와 뜻을 함께하는 것을 알았을 땐 놀라 기뻐했다. 그리고 기쁨은 실망이 되어 제게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이를 오랜시간 티를 낼 생각은 없어서, 짧게 들이키는 숨과 함께 화제를 돌려버린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그는 확고한 신념으로 지팡이를 들었고, 그릇되었다한들 지팡이를 든 모습까지 폄하할 생각이 없으며, 나아가 확고하게 겨눠져 휘둘러지는 지팡이는 우아하므로. 그리고 저는 언제나 상대를 존중했다. 그 피의 가치대로. 그러니 돌린 화제는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에 대한 것이다.
"기숙사의 차이가 우리의 사상을 나눴다 생각하나요? 하지만 캐번디시. 당신은 그 순혈 가문의 사람이면서도 그들과 사상과 다른 사람이었어요."
질문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으나 답은 확고하다.
"이것은 기숙사의 차이가 아니예요.
세상이 그릇됨에 따라 거기에 물든 사람이냐 아니냐의 차이랍니다.
당신이 저를 이해치 못하는 것은 이 모든 사회가, 세상이 그릇되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순수에 담긴 의미를 외면하고
머글태생이란 저열한 종자들을 기꺼이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위선에 눈이 가려졌으니까요."
머글태생도 마법을 부리니 마법사다, 받아들여야한다, 그렇게 위선을 떠는 세상에서 살아간 호기심많은 독수리인데 자주 보고 들여다본 세상에 익숙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왜냐면 사람은 당연한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고 거짓 또한 오랜 시간 속이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법이므로.
"그러니 저는 이 그릇된 것을 바꾸고자 이 자리에 섰어요.
진정 올바른 가치와 사상을 갖춘 사회로 되돌리기 위해서."
저의 부모가 던진 1984년의 돌멩이, 번지지 못했던 파문, 어둠의 마왕에게 목을 매고 모든 걸 걸었던 신념이자 패배로 끝난 지난의 전쟁. 그를 발판 삼아 그와 달리 실패하지 않겠단 각오와 다짐으로.
"그러니 답은, 기숙사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아니었어야한다고 답할게요.
호기심 많은 독수리의 눈을 가린 건 야망보다 큰 호기심이 아니라 그가 봐야했던 세상이니까."
그 때엔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