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을 가지세요.
2022. 2. 13. 19:38
2022. 2. 13. 19:38
사람들은 익숙한 것일수록 의문을 가지지 못하는 법이다.
순혈의 가치가 바닥을 나뒹굴고 감히 마법 세계에 들어설 수 없는 이들이 아득바득 기어들어와 지팡이를 든다. 마법의 역사와 함께 이어진 것이 순혈의 가치이며 머글Muggle과 마법사Wizard라는 말처럼 그 둘은 결코 같을 수 없는 존재고, 마법사가 머글들에게 가지는 혐오는 머글이란 단어의 역사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인데 위선에 가려진 이들은 맹인이며 오랜 역사를 잊어버린다. 어둠의 마왕이 몰락하며 어영부영 위선으로 덮어낸 세상은 순혈의 고결함을 지우려하고 머글들에 대한 마법사의 생리적인 혐오를 없는 것처럼 꾸민다. 알량하고 우스운 짓.
그런데 오랜 시간 속이면 결국 그조차도 진실이 되어버린다.
위선은 알량하게 세상을 덮어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이고 그에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에 순응에 멍청한 소리를 내뱉는다. 순혈이 혈통에 대한 긍지가 없다. 머글태생이 스스로 도둑인지조차 인지를 못한다. 저열한 이들을 기꺼이 친구로 받아들이며 그들이 죄인임을 알지도 못한다.
세상은 위선적이고 끔찍하며 거짓되었다. 그릇된 세상에서 저는 올바른 존재일 수가 없고, 자꾸만 잊혀지는 순수의 고결함에 저는 홀로 서고 만다. 같은 순혈끼리도 제 말을 이해를 못하니 홀로 조용히 숨막혀 죽어가는 기분이다. 그러니 저는 이 세상에 파문을 던져야했다. 제 부모가 던진 1984년의 돌멩이처럼. 그러니 저는 몇 번이고 외쳐야했다. 저들이 도둑이며 마법의 역사를 함께 해온 순혈들은 고결하다고.
"머글태생의 선조에 마법사가 없다고?
그럼 더 이상하지 않아?
마법을 쓸 수 있는 재능이 머글들 사이에서 자연 발생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인데?
그럼 그들 도한 마법사로 인정해줘야하는 것 아니야?"
이런 멍청한 말들이 자꾸만 쏟아지니까.
베이리프에 더불어 캐번디시까지 들먹이는 학설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몇 번이고 우려먹히는 학설을 보면 우습기 그지없다. 혼혈이란 마법사의 혈통과 머글들의 결합을 의미하고, 머글과 섞였을지언정 마법의 혈통은 대를 이어 곧장 이어지는 법이다. 그러니 학설이 우습기만 하다. 만일 선조에 마법의 혈통이 있다면, 어째서 그 혈통은 곧장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몇 대를 걸쳐 머글들이 뒤섞이고 뒤섞여 피가 거진 희석되고 나서야 발현되는가? 그러니 저 얼토당토없는 학설은 이 세계에 도둑들을 끼워넣기 위한 사회가 만들어낸 억지에 가깝다.
"캐번디시, 먼저 마법은 자연발생할 수 없답니다.
당신이 말한 저열한 학설조차도 자연발생했다는 것이 아니라
선대에 마법의 핏줄이 있다, 라는 말로써 확인하기 어려운 선대에
마법의 혈통을 어떻게든 껴넣으려 했잖아요?
마법은 핏줄을 타고 이어져요. 이것은 절대불변의 사실이랍니다."
그러니 자연발생은 맞지도 않는 말이고, 마법의 핏줄이 섞이자마자 마법이 이어지지 못한 학설 또한 말도 되지 않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머글태생들은 어떻게 마법을 쓰는가.
"네, 당신의 말대로 그들은 뻔뻔한 도둑들이랍니다.
그들이 마법을 훔쳤어요. 혈통이 아니라 마법을 말이죠.
그들이 훔쳤기 때문에 마법을 쓸 수 없는 이들이 있지 않나요?
바로 스큅 말이예요."
저는 머글태생들을 도둑이라 말했다. 마법을 훔치고, 본래의 마법사들이 있을 자리를 빼앗은 도둑.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서 그 마법을 훔쳤는가? 마법의 본래 주인은 누구인가? 답은 훤하다. 혈통을 타고났음에도 마법을 쓰지 못하는 가여운 자들이 뻔히 있지 않은가. 머글태생들이 쥔 지팡이의 주인은 진정 다른 이들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나요?
스큅의 발생이유와 머글태생들의 마법 말이죠.
그러니 저는 머글태생들이 혐오스럽고 끔찍하답니다.
그들이 자의로 훔쳤건, 혹은 타의로 훔쳤건 도둑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죠.
그들이 마법을 훔친 경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었다면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내쫓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예요."
아니, 밝힌다 한들 진정 내쫓을 수 있던가? 세상은 이미 마법의 오랜 역사와 순혈의 고결함을 잊고 있는데. 뻔히 존재하는 것조차 외면한 채 머글들에게 관대하게 구는 것이 이 그릇된 사회니 큰 기대는 없다. 어쩌면 그렇기에 제가 레번클로가 아닐지도 모를테다. 만일 흑과 백 구분이 뚜렷하고 존중할 것을 존중하는 사회였더라면, 저는 어떻게든 아득바득 그들이 마법을 훔쳐낸 경로를 알아내 이 사회에서 내쫓았을 것이므로.
머글 태생들은 스큅들의 자리를 훔쳤고, 고결한 마법사들의 세계를 훔쳤다. 끔직하고 지독한 도둑들에 말을 뱉으면서도 오르는 혐오가 제 낯에 웃음기만 진득하게 그려넣어,
"답이 되었나요?"
그를 가릴 양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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