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해했나요?
2022. 2. 13. 18:22





이해도 없으면서 감히 이해를 담는 이가 있다.

푸른 시선과 목에 맨  넥타이의 빛이 같다. 무채색의 교복에 자리한 푸른 빛처럼, 흑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리본도 흑발 아래의 시선도 푸른색이라 눈앞의 이는 완전한 레번클로처럼 보인다. 이것은 하나의 개성일수도 있고, 혹은 오히려 무개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교복을 입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과 달리 번스타인은 교복까지도 그의 일부 같았으므로.  

레번클로들은 그 위대한 악명처럼 괴짜들의 모임이고, 때때로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외형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레번클로는 제 편협한 선입견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제가 이해하기 힘든 것들 투성이이라 저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러니 그 정도의 상대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상의 일부, 좋아하기 힘든 것 정도.

 

대화하기 전까지는.

 

 

"이해할게요. 

어울려준 것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그들이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죠?" 

 

 

이해했다, 라는 말 뒤로 오는 것은 제 혐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질문이다. 무엇 하나 이해하지 못한 말이 이해했다는 말 뒤로 따라붙으니 그보다 우습고 불쾌한 것이 없다. 설령 이해했다는 것이 제가 머글태생을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라 머글태생과 어울려준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하더라도, 역시 맞지 않는 말이다. 알았다는 것도 아닌 이해했단 말은 답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깨닫는다. 상대는 그저 버릇처럼 이해를 입에 붙일 뿐이라고.

 

 

"범죄자를 좋아하긴 어렵지 않겠어요? 마법을 훔쳐 들어온 이들이니까요.

불쾌하고 역겨워서 볼 때마다 화가나요.

 

그러니 번스타인. 함부로 이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면 좋지 않답니다.

신뢰를 사기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 가소로운 이에게 더할나위없는 상냥한 조언과 가벼운 비난을 섞는다.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감히 이해라는 말을 붙이지 말라고. 그리고 감히 이해란 말을 붙인 이에게 제가 그들이 싫은 이유를 차근히 설명한다.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저는 제 혐오와 사상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라, 입 아픈 고생은 의미없더라도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어째서 언제나 그런 아이들에게 화가 난 것처럼 구는지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에 대해 답을 하고 나면, 레번클로다운 질문이 들려온다. 알고 싶았다, 궁금했다. 그들이 늘상 하는 말이다. 시답잖은 것 하나까지도 파고 드는 이들. 세계의 당연한 사실에도 의문을 가지는 현자들.

 

그러나 진정 이 세상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우둔한 자들.

 

"누가 마법을 훔치고 다른 사람을 공격했든 그런 건 관심 밖의 일이에요.

하지만 적어도 진짜 범죄자는 따로 있지 않아요?

 

아즈카반에, 당신과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그러니 이어지는 질문도 이따위에 불과할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어른은 따로 있죠.

범죄자를 좋아하기는 어렵잖아요. 좋아하기 힘든 세상인걸.

그리고 난, 아즈카반에 들어간 부모님이, 당신에게도... ...

 

... ...나쁜 어른일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어때요? 멜리사 언더힐."

 

비스듬이 기울어진 고개는 도통 제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다. 말을 들으면서도 저는 제 낯과 목소리를 생각했다. 여상한 얼굴일까, 나긋한 목소리일까. 비난의 기색은 없지만 그가 하는 말들은 분명 제 속을 긁어내고 있다. 저의 말을 고스란히 따라해 제 부모를 나쁘다 말하는데 쓰는 점도, 무엇 하나 이해도 없으면서 제 부모가 저에게 나쁜 어른일거라 말하는 점도. 

 

비난의 기색은 없지만 비난과 다를 것이 없다. 속은 짜증과 분노로 진탕치는데 머리는 그에 비례해 차게 식는다. 저에게 익숙치 않은 건 당혹감이지 분노는 익숙한 것이다. 부모를 들먹이며 저를 상처주려 하는 말들도 적응한지 오래다. 저는 이럴 때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오히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저는 저의 부모님을 존경한답니다, 번스타인"

 

제가 부모를 수치스러워할 것이라, 싫어할 것이라 여기는 이들은 대체로 이 대답에 입을 다물고 만다. 질린 얼굴로 저를 보고 울지 않고 웃어버리는 저에 뒤도는 것이 흔한 반응이다. 하지만 제가 어째서 부모를 존경하는지 묻는 치기어린 얼간이들도 있었다. 제 입이 아플지언정 멍청한 질문을 들으며 덩달아 지능이 낮아지는 기분은 들기 싫으니, 그에 대한 답을 보충했다.

 

"물론 그분들에겐 딸인 제가 아니라 신념이 더 중요했음은 분명해요.

하지만 저를 기꺼이 맡아줄 친인척 분이 계셨고,

부모님은 마지막 날까지 이 세상에 살아갈 저를 가여이 여기셨지요.

그때에도 저를 잊진 않으셨답니다. 그러니 나쁜,"

 

나쁜, 까지 말하고 나면 잠깐의 간극이 있다. 바로 나오지 못하는 말은 무엇 때문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다. 목이 메였던가, 아니면 거짓말하는 기분이라도 들었던가. 

 

"... ....어른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분들은 제게 순혈의 이념을 보여주셨으니까요."

 

그러나 간극은 짧고, 그러니 이는 상대의 멍청한 질문을 따라한 비아냥으로 비출 수도 있는 정도다. 

 

"그리고 당신은 한가지 알아둬야해요."

 

제 부모를 진짜 범죄자라 했던가?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아즈카반에 수감되었냐 되지 않았냐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한가지는 더 생각해볼만 하지 않나. 

 

신의를 저버린 배신자들과 머글태생들은 진정 죄를 저지르지 않아 자유롭게 살아가는가?

 

 

"머글태생들이 마법을 훔친 죄인일지언정,

그들을 진정으로 처벌하고 죄인의 굴레를 씌울 수는 없어요.

왜냐면, 세상은 그들에게 위선적일만큼 관대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제 부모는 숭고한 신념 아래로 죄인의 굴레를 뒤집어 쓰실 수 밖에 없었답니다."

 

 

마법을 훔친 머글태생들은 마법을 빼앗긴 자들이 버젓이 있음에도 그들이 마법을 훔친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단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이 아니다. 머글태생들이 마법을 가지게 된 방법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당장은 마법을 쓸 수 있단 이유만으로 마법세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이 세상의 기준에서 한때 분명한 죄를 저지른 자들일텐데도 그들은 가벼운 처벌 아래 자유를 누리며 세계는 신의를 저버린 것을 죄로 판명하지 않는다. 

 

이 얼마나 그릇되고 모순적인 세상인지.

그곳에서 죄인의 이름은 와닿지 못하고 그에 수치심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러니 제게 있어 그분들은 죄인이 아니예요.

어떤가요, 번스타인. 당신의 사고로 나를 감히, 이해했나요?"

 

 

 

 

 

 

'Character > Melissa Underhi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엉이의 편지  (0) 2022.02.13
의문을 가지세요.  (0) 2022.02.13
그래서 싫어요.  (1) 2022.02.12
당신은 어떤가요?  (0) 2022.02.12
당신이 무엇으로 나를 돕나요?  (0) 2022.02.10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