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엇으로 나를 돕나요?
2022. 2. 10. 13:23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주제에.

 

 

 

 

 

 

맞잡은 손의 온기가 끔찍하게 달라붙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화사한 금발이다. 야무지게 묶어놓은 금발은 분명 넥타이의 금빛과는 다른 빛이지만 그럼에도 그를 보면 절로 붉은빛이 떠오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금발 아래에 자리한 건 하늘빛 시선이건만 힐드레이는 용맹하고 거칠 것 없으며, 제 잘난 줄 알고 포효하는 사자를 닮았다. 그러니 금빛을 볼 때마다 붉은빛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본디 사자를 싫어하는 건 뱀의 천성이라 했다. 저열한 혈통의 사자를 불쾌히 여겼고, 그렇기에 그에게로 가 입을 놀리고 상대를 깎아내리는데 거리낌은 없었다.  실상 제 행동은 특별할 것도 없다. 저는 마법을 훔친 도둑들에게 모진 이고 이런 태도를 호그와트 전체가 알고 있다.

 

그래, 평소와 같은 일이다. 다만 조금 예상 외라면, 제 기대보다 저의 비아냥은 더 효과적이라 상대는 제 멱을 잡아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가 거기에 치욕을 느꼈고, 화가 났다는 거다.

 

그에 무어라 더 말했던가. 나긋한 어조와 낯을 꾸밀 새도 없이 성질이 멋대로 뻗친다.  제 감정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다. 제멋대로 날뛰고 악을 쓸 때면 들려오던 단호하고 엄한 목소리도 이곳에선 들리지 않으니 행동을 스스로 교정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저는 감정에 휩쓸리고, 제멋대로 널뛰는 감각에 화를 내다보면,

 

"더럽고. 불결하고, 역겹고. 오물이 묻었을까 두렵고!

아, 그러시다고?"

 

어깨를 밀쳐냈더 제 손을 잡아채는 손이 있다. 우악스레 잡아채더니 손가락 사이사이마저 차지해 단단히 고정해버리는 이가 있다. 맞잡은 손에서부터 피어오르는 혐오감은 뱀처럼 번진다. 제 손목을 휘감고 팔을 타고 넘어와 목덜미를 졸라 숨이 가파진다. 아니, 막혔나?  호흡은 할 수 있던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는 저의 상태를 알려주듯 우악스레 손을 잡아챈 이가 말한다.

 

"온몸에 벌레도 기어 다니는 것 같아? 

진흙탕에 어깨까지 쑥 빠진 것 같아?"

 

 

그 말 그대로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진흙탕이 목덜미까지 삼켜 숨통을 조여와.

 

"그렇게 끔찍하면 익숙해지려는 노력이라도 해!"

 

 

머리가 웅웅 울린다. 그것은 혐오감 때문이기도 하고, 질식할 것 같은 기분 탓이기도 하며, 나아가 그 말이 저로써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 수가 없다. 어째서 이 끔찍함에 익숙해져야하나.

 

"바쁜 내가 이렇게 나서서 도와주기까지 하잖아!

좀 기분 나빠도, 여기까지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네 주변엔 나 하나밖에 없어 보이네!

안 그래?"

 

헛소리. 목끝까지 차오르는 비아냥은 구역감에 꺼내지도 못한다. 입을 여는 순간 나올 것 비아냥만이 아닐 역함이라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누구도 진흙탕에서 짐승과 뒹구는 걸 연습하지 않는다. 이걸 어째서 도움이라 부르지?

 

"사람을 말처럼 쉽게 없앨 수 있는 줄 알아?

너 어디 가서 입 조심 안 하면 지금 내가 하는 정도로 안 끝나, 이 멍청아!"

 

쉽게 없앨 수 없다 하는 말이, 그 사실이 새삼스레 끔찍하다. 끔찍한 것은 낯선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금 자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니더라도 생명은 쉬이 죽지 않는다. 수년 간의 모진 매질 속에서도 살아남은 볼썽사나운 노예들을 알고 있다. 그러니 생명은 쉬이 죽지 않고, 제가 그토록 사라지길 염원하는 이들도 제 좋을대로 사라지게 만들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의 마왕이란게 나타났을테다. 도무지 없애기 힘든 이들의 숨통을 조여줄 강력한 존재가 필요했기에.

 

 

머리가 웅웅 울린다. 시야가 뒤집혔다 돌아온다. 시야는 어지럽고 속은 진탕쳐지는데 들리는 말은 기이할 정도로 똑똑히 들려온다. 어조는 험악할지언정 입조심하라는 말은 제게 익숙하다. 상냥하고 고결한 친구들이 해주던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을 들을 때에, 제가  친구들에게 느꼈던 기분은 없다. 이해해주지 못하는 걸 확인하는 답답함도 없고, 그러면서도 걱정이 달갑던 감각도 없고, 저 홀로만의 싸움인 것 같아 외로웠던 기분도 없다.

 

그저, 역겹다. 제 고결한 친구들이 한 말을 감히 저열한 이가 꺼내든다. 한낱 밑바닥이 순혈을 걱정한다.

 

"오지랖이 넓어요, 힐드레이."

 

가까스로 꺼내는 말. 목이 턱턱 메여온다. 그럼에도 비아냥은 멈추질 못해서.

 

"입간수 못하는 이가 제 입버릇에 나가 죽길 바라야지."

 

제 비아냥은 이 그릇된 세계에 거는 시비다. 뒤틀린 세계에  순응하는 가여운 순수혈통 꼴은 되지 말아야지. 이미 반면교사가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엾은지 매 순간 매번 느끼는 게 저다. 그러니 이 비아냥은 저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인데, 이걸 걱정한답시고 물고 늘어지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이 어설프고 역겨운 동정이라니."

 

저는 언더힐이고, 제 부모는 이 세계의 죄인이자 미치광이며, 세계는 그릇됐다. 그러니 저도 그릇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말로만 끝나 다행이라 생각했어야죠.

내 염원이 마법이 되어 당신의 심장을 멈춰버리게 하기 전에 말이예요."

 

이 세계가 영원할거란 자만 때문인가, 아니면 뒤바뀔 일 없다 생각하는 안일함 때문인가. 상대가 보이는 행동은 저를 우습게 여긴다고 밖에 생각들지 않는다. 그래,  상대는 저를 우습게 안다. 제 혐오를 우습게 알고 있다. 감히 도와준다니, 감히 노력하라니. 

 

 

"감히 마법을 훔친 자들이 세계를 활보해.

마법 세계를 이룬 역사들의 긍지가 땅에 처박혀.

한낱 배신자들에 의해 어이없게도 염원이 꺾여버린 자들은 미치고

그릇된 세상에 그들의 핏줄로 태어난 나는 이 완전하고 평화로운 세계의 흠집이죠."

 

하나하나 말을 꺼내면 그저 잡히기만 했던 제 손아귀에도 힘이 들어간다. 상대의 손을 움켜잡고, 저 역시 제 깍지에 힘을 줘서, 세운 손끝은 상대의 손등을 파고들고 지금부터 상대를 잡아채는 것은 저다. 비아냥과 같이 날선 손톱이 깊게 자국을 만든다.

 

"고결한 이념이 추락하고 도둑들에게 세상을 내어준 내 부모가 얼마나 괴로워하며 살았는데.

태어난 순간부터 나는 그분들의 울분을 먹고 자랐어요.

 

당신이 무엇으로 나를 돕나요?

고작 손깍지 하나로 혐오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우습다. 머글태생이란 존재들은 다 이런건지, 사고가 부족한지 지식이 부족한지, 아니면 둘 다인지. 제가 본 이들은 한결같이 저 좋을대로의 소리와 가볍고 밝은 이야기만 던져서.

 

"당신이 날 돕는건 당장 이 세계에서 나가 내 눈앞에 사라지는거야."

 

제가 물려받은 것은 순혈만이 아니고, 그렇기에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는 알량한 도움이 우습다. 그래, 우스운 건 상대고 그는 절대로 저를 이길 수 없다. 저 가벼운 생각에 일일이 화를 내는 제 처지만 오히려 우스워 질테다. 그를 깨달으면 놀랍도록 차분하게 분노가 진정된다. 길길이 날뛰던 성질이 죽고 몸에는 긴장이 풀려든다. 그러니 미련없이 제가 엉망으로 만든 손등과 손을 놓고 빼버렸다.

 

 

"도움 고마워요, 힐드레이. 어떤 걸로도 바뀔 수 없는 내 혐오를 잘 확인했답니다."

 

 

나긋한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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