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2022. 4. 11. 07:23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처음의 만남이 이다지도 순탄한 것은 아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흉투성이 얼굴, 경계어린 표정, 날선 욕설들. 그때의 상대는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증명이었다. 머글들은 해악이라는 증거. 실상ㅇ은 억지에 가깝다. 제가 가장 싫은 것은 머글태생이었지 혼혈이 아니었기 때문에, 머글과 결혼한 마법사들을 싫어할지언정 그들의 혈통을 물려받은 자식까지 배척하자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이것은 저를 싫어하는 이에 날선 경멸을 주기 위함에 가까웠다. 제 혈통이 고결하며 그보다 못한 이들은 결국 짐승에 가까워진다는 증명을 보기 위함에 가깝다. 고결한 네 혈통과 달리 자신은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말에,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관계는 감정의 거래로 이뤄졌다. 서로에게 내어주는 악의를 악의로 갚는 것이 반복되어 이뤄진 것.

 

흠투성이의 상대가 좋았다. 그는 머글들이란 저열한 짐승들이라 말하는 저의 증명이었으니 그가 가진 고통과 상처는 제게 중요치 않았다. 그는 머글들은 저열하다 외치는 저의 증명인 것과 동시에 그 반은 명백한 마법의 핏줄이라 끝내 제게서 동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리기도 했다. 동시에 그 동정은 알량하기 그지없어서, 순수한 연민보단 저급한 우월감이 기저에 깔린 채 배풀어졌다. 제게 보이는 날선 악의를, 상처입은 자존심을 더 짓밟고 싶어서. 그와 다른 저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서.

 

그러면서도 가여운 폭력의 희생자에게 향한 연민은 분명한 것이다.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시기임에도 주변이 날선 폭력으로 점칠되었었다는 것 하나는 알아서,

그리고 그 날들에 폭력에서 벗어난 저임에도 저를 걱정하던 가여운 존재들과,

그 존재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제 시선은 언제나 저를 보지 않은 부모에게 향했던 이기심을 알아서,

제 속 한켠에는 그 볼썽사납고 가여운 노예들에게 미안함이 있었고

짐승이라 폄하되는 이의 위로 그들이 겹쳐지는 것은, 실상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는 아주 복잡한 이름과 형태의 악의를 제게 받아냈다.

연민으로, 동정으로, 저급한 우월감으로.

 

그러니 내어준 연고는 어느날의 변덕이자 악의고,

그것이 오랜시간 반복되게 된 이유는 제 최악의 성격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를 모를 상대는 아니라 생각했다.

제 동정은 알량했으니까. 저의 만족이었으니까.

 

"너도 죽여버릴거야. 그러니까 꺼지라고."

 

그러니 그토록 화를 냈던 거겠지.

 

그 화도 알량하다. 제 멱살을 잡아채는 이는 저보다 커졌고 힘은 쉬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대가 제게 가진 것은 악의다. 그러니 거리낌없이 휘둘러질 수 있는 폭력임을 안다. 상대는 제게 분노했고 제가 그의 가장 부끄런 치부를 건들고 있음을 자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게 휘둘러지는 폭력은 순간이고 아프겠지만 제 숨을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저는 다시 한 번 섞여든 머글의 핏줄이 저급하다 증명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므로.

 

"동정받기 싫었나요? 그러면 처신 잘하고 다녔어야죠."

 

그러니 놀리는 입은 그를 위한 자극이었는데,

 

"처신? 처신?"

 

이어 비웃음과 함께 이어지는 것은.

 

"너도 처신 잘했어야지."

 

예상했던 것과 같은 통증이며,

예상치 못한 곳에 휘둘러진 폭력이었다.

 

물어뜯기는 입술이 아파 이를 입맞춤이라 표현할 수가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순간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고, 그러니 제대로 남지 못한 기억 속에 드문드문 떠오르는 편린은 이것이 제게 향해온 완전한 악의였다는 사실 뿐이다. 타인과 좁혀든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저에게 가장 강렬한 불쾌감을 줬고, 물어뜯긴 입술이 아팠으며 저의 악의이자 뮈였으며 그를 위한 수단이던 입은 물어뜯겨 무어라 발설조차 못한다. 끝내 남은 것은 얼얼한 통증과 비릿하게 번지는 피, 그리고 성애의 감정은 없더라도 명백히 저를 깎아내리는 성애의 형태를 띄어서, 강압적으로 퍼부어진 것 끝에 남은 것은 모멸감이었다. 

 

증명을 바라 건드린 저의 악의는 완벽하게 상대의 조롱으로 되갚아져 남은 게 무엇 하나 없다.

 

폭력적이고 저열한데 동시에 제 악의에 대응한 완벽한 수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제가 입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은 미쳤냐는 것이 전부였으므로. 제 악의에 대응하는 법을 안 이는 이후로도 그를 자주 사용했으니 그 와중에 미치던 것은 저였다. 모멸감은 어느 순간 상대의 강압에 속절없이 당한다는 것에서, 그에게 꼼짜없이 꼬리말고 진 개 신세가 되었다는 패배감에서 기인하게 됐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더라. 모멸감의 이유를 깨닫고 나면, 그에게 당하는 입맞춤의 형태의 폭력은 다른 것에 의해 덮어질 수 있음을 알았고 저는 그에게 짓눌리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더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고나면, 입맞춤이라는 것은 실상 제게 감안할 수 있는 것이 되어서.

 

"받아요."

 

저는 제 악의를 받기 싫어하는 이에게 재차 악의를 던져주고,

무어라 제게 말해오기도 전에 다가서 상대의 멱살을 잡아챘으며,

제가 먼저 거리를 좁혀와 물어뜯기만 한 입술에 제 숨을 부볐다.   

 

이것은 그가 제게 행해온 폭력과는 다른 형태로 시작된다.

 

입술을 맞부비고 혀를 얽는다. 도망치려는 양 저를 밀어내려한다면 더 단단히 잡아챈 채로 고개를 틀어가며 숨을 뺏는다. 이 과정 중에는 세우는 이도 없고 비릿하게 번지는 피도 없다. 

 

오로지 악의와, 저에게 주는 모멸감을 위해 취한 것이 성애적 형태라면

저는 이 형태에 그 의미과 감각까지 넣어 상대에게 되돌렸다.

 

"당신이 너무 못해서."

 

모멸감은 당신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도취되는 승리감 아래 피가 아닌 타액으로 점칠된 입술에 짧게 입술을 내리 누르고,

 

"키스란,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쪽, 부러 더 달짝한 소리를 내며 그에게 받은 모멸감을 되돌렸다.

 

네가 주려는 모멸감은 제게 효과적이지 않고,

오히려 네가 나에게 준 폭력은 성애적 형태를 취한 것이 우스운 것이라고.

서로에게 내어주는 악의 속에 상대가 제게 가진 혐오의 감정을 아니 이는 가장 효과적인 앙갚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저와 그의 관계는 서로에게 악의와 악의를 되갚아지는 사이였으며 그도 저에게 지고 싶어하지 않는 이였음을 생각해보면 이후의 일은 당연한 일인데도, 그리 알량한 사고로 승리를 예상했다.

 

 

 

 

 

 

 

 

"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설령 이것이 착각이라면,

 

당신은 사랑하는 내가 영원토록 착각에 빠지게 만들어야함이 옳지 않나요?

 

멍청하게 착각해서, 당신을 사랑한다 여기는 이를

영원히 그와 같은 착각 속에 빠지도록,

당신과 있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행복인 것마냥 달게 굴면서.

 

혹시라도 아모텐시아에서 깨어나듯 한순간 당신에 대한 사랑이 덧없어진다해도

결코 그 곁을 떠날 수 없게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흠집을 만들어도 나쁘진 않을거예요.

 

당신이 자주 범하고 자리하는 곳이 분명 있는데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 아주 오래 기다려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 시간이 아니라면,

당신의 불안을 자극해서 나를 더 잡도록 만들거예요.

 

말했죠? 나는 당신이 저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버린 당신을 아니까,

싫은 모습을 보여서라도 당신을 잡아채는 수 밖에.

 

당신 혼자 만든 게 아니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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